Chapter 1: 계획의 시작
저녁 6시 47분. 문복희는 스마트폰 거치대를 주방 조리대 위에 세웠다. 라이브 방송 시작 알림을 확인하고, 카메라 각도를 한 번 더 점검했다. 얼굴이 잘 나오는지, 조명이 너무 밝지는 않은지. 이 모든 과정이 그녀에게는 익숙한 의식이 되어 있었다.
"안녕하세요, 복희에요!"
입을 열자마자 채팅창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언니 왔다', '오늘 메뉴 뭐예요?', '드디어 라방이네'. 이름 모를 시청자들의 반응이 빠르게 스크롤을 타고 올라갔다. 복희는 카메라를 향해 살짝 윙크를 날리고는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냈다.
"오늘 저녁은 김치찌개랑 계란말이 할 거예요. 평범해 보이죠? 근데 여기 비밀이 있어요."
그녀는 돼지고기 한 덩어리를 꺼내며 신비로운 표정을 지었다.
"이 고기, 제가 직접 된장에 재웠어요. 이틀 동안요."
채팅창에서 '오 대박', '레시피 공유 좀요'가 올라왔다. 복희는 작게 웃으며 고기를 도마에 올렸다. 칼을 잡는 손이 야무졌다. 몇 년 동안 해온 일이라 이제는 눈 감고도 할 수 있는 과정이었다. 그녀는 시청자들에게 재료를 설명하면서도 손을 쉬지 않았다. 돼지고기를 한 입 크기로 썰고, 김치를 가위로 잘게 자르고, 두부를 큼직하게 썰어 준비했다.
"오늘 살짝 늦었죠? 사촌 조카가 놀러 와 있어서 이것저것 챙겨줬거든요."
채팅창의 반응이 순식간에 달라졌다. '조카라니', '언니가 무슨 조카?', '형제가 있었어요?'. 복희는 물을 붓고 냄비를 올리며 대꾸했다.
"네, 사촌 오빠네 아들이에요. 방학이라 한 달간 우리 집에서 지내기로 했어요. 아직 어린애라서 챙겨줄 게 많네요."
그 말을 하는 동안 그녀의 목소리는 밝았다. 어쩌면 약간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자신을 '이모'라고 부르는 존재가 생겼다는 그 묘한 기분을 시청자들과 나누는 중이었다.
"김치찌개에는 돼지고기가 진리죠. 아, 맞다. 오늘 시청자들한테 꿀팁 하나 알려드릴게요. 계란말이 할 때 당근을 아주 잘게 다져서 넣으면 색깔이 예뻐요."
냄비에서 김이 오르기 시작하자 은은한 김치 냄새가 주방에 퍼졌다. 익숙한 냄새였다. 익숙한 공간이었다. 카메라 앞에서 밥을 해 먹는 이 일상이 그녀에게는 가장 안전한 세상이었다.
복희는 국자를 저으며 채팅창을 훑었다. 그런데 문득 방문 쪽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시선을 옮기자 방문이 손가락 너비만큼 열려 있었다. 조카가 그 틈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한참 동안 그렇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모양이었다.
"어, 민재야. 배고프지?"
조카는 대답하지 않았다. 고개를 약간 기울인 채 그녀의 뒷모습을 응시하고 있었다. 시간이 잠깐 멈춘 듯했다. 그러다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모, 밥 냄새 좋아요."
"방금 한 거야. 조금만 기다려. 다 되면 불러줄게."
조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문을 조용히 닫았다. 문이 닫히는 소리보다 방바닥을 긁는 문틈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복희는 별생각 없이 다시 카메라로 시선을 돌렸다. 채팅창에는 '조카 귀엽네', '목소리가 엄청 차분하다', '이모 목소리가 좋다니 뭔가 분위기 있네' 같은 반응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녀는 웃으며 냄비를 저었다.
"우리 조카가 좀 차분한 편이에요. 요즘 애들은 다 이런가 봐요."
시청자들의 반응에 맞장구를 치며 그녀는 계란에 소금을 뿌리고 젓가락으로 풀었다. 노른자가 완전히 깨지고 흰자와 섞일 때까지 휘저었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계란물을 얇게 붓고, 반쯤 익었을 때 돌돌 말고. 다시 계란물을 붓고, 또 말고. 그 반복 속에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복희는 방송 내내 엄청나게 웃고 떠들었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읽는 능력이 타고난 사람처럼 자연스러웠다. 어느새 그녀의 팔로워 수는 1,000만을 넘어섰고, 이 모든 것이 그녀를 지금의 자리로 밀어 올린 것이다. 라이브 도중에 광고 하나가 나가도 그녀는 능숙하게 화제를 전환했다.
"아, 맞다. 여러분. 다들 벌써 점심 먹었어요? 저는 이제 저녁이니까 여러분들도 맛있는 거 꼭 챙겨 드세요."
그렇게 두 시간이 흘렀다.
방송이 끝나고 나니 주방이 후끈하게 달아 있었다. 복희는 거치대에서 핸드폰을 떼어 방송 종료 버튼을 누르고, 냄비 뚜껑을 열어 김치찌개의 농도를 확인했다. 그녀는 간을 보기 위해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떠서 마셨다. 잘 익었다. 예상보다 훨씬 깊은 맛이 났다. 조카를 부르기 전에, 그녀는 먼저 식탁에 밥과 국을 차려 놓고 반찬까지 늘어놓았다. 계란말이는 먹기 좋게 썰어서 접시에 담았다. 그녀는 생각했다. 한 달간 조카에게 늘 똑같은 풍경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다고, 매일 조금씩 다른 반찬을 준비하자고.
"민재야, 밥 먹자."
방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이런저런 소리가 들렸다. 곧 문이 열리고 조카가 나왔다. 회색 티셔츠에 검은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식탁 앞에 앉았다. 복희는 그 앞에 수저를 놓아주며 물었다.
"게임 그만하고 나와서 같이 먹자. 혼자 방에서 먹는 것보다 여기서 같이 먹는 게 낫잖아."
조카는 수저를 들고 밥을 한 입 떠서 입에 넣었다. 천천히 씹고, 다음으로 김치찌개 국물을 떠서 마셨다. 그때 그의 얼굴에 작은 미소가 번졌다.
"이모가 만든 거면 좋아요."
그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눈빛이 이상하게 무거웠다. 강하게, 오래, 그녀의 얼굴에 머물렀다. 복희는 처음에는 그냥 아이가 좋아서 그러는 건가 보다 생각했다. 하지만 그 시선은 단순해 보이지 않았다. 무언가를 정확하게 관찰하는 눈이었다.
"김치 좋아하니?"
"네."
"더 줄까?"
"조금만요."
아이는 고맙다고 말하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거절도 하지 않았다. 그저 음미하듯 먹고, 시선을 던지고, 다시 고개를 숙였다. 몇 분이 지나서야 복희가 먼저 숟가락을 들었다. 그녀는 식탁 위의 접시를 보며 하루를 정리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방송이 끝나도 음식은 남았다. 냄비 속 김치찌개는 아직 따뜻했다.
저녁식사가 끝난 뒤, 조카는 "할 일 있어요"라는 말만 남기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복희는 설거지를 하고, 냄비를 닦고, 식탁을 닦았다. 어느새 그녀가 사는 집에는 일상이 하나 더 추가되어 있었다. 조카라는 이름의 낯선 침묵.
밤이 깊어졌다. 복희는 거실 소파에 앉아 리모컨을 만지작거렸다. 텔레비전을 켰다가 껐다. 핸드폰을 확인했다. 오늘 올린 영상의 댓글 반응이 어떤지 보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문득 조카 방 쪽에서 얇은 빛이 새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문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푸른색 화면광이었다.
그녀는 소파에 앉은 채로, 한동안 그 문틈을 바라보았다. 고개를 갸웃하고 나서 곧 핸드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요즘 애들은 저렇게 폰만 봐도 행복한가 봐."
작은 불평처럼 중얼거렸지만, 정작 그 말 속에는 어떤 걱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저, 하루가 이렇게 끝나가는구나 하는 안도감이 전부였다.
조카의 방 안은 거실과 완전히 다른 온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침대에 누운 그는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며 엄지손가락으로 스크롤을 내리고 있었다. 화면에는 복희의 과거 영상이 재생 중이었다. 몇 달 전 올린 먹방 영상이었다. 편집된 영상 속에서 복희는 웃고, 음식을 먹고, 어떤 장면에서는 몸매가 강조되는 각도로 카메라에 담겼다. 그가 화면을 몇 초간 멈추고, 다시 재생했다. 천천히, 반복해서.
그의 눈에는 어떤 감정도 읽히지 않았다. 냉정하게, 마치 해부하듯이 화면을 응시하는 중이었다.
그가 갑자기 핸드폰 메모장 앱을 열었다. 화면 위에 글자를 입력했다. 입력된 문장은 "계획 시작" 이었다.
그는 화면을 끈 채, 어둠 속에 고개를 눕혔다.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주 작게, 자기가 하는 일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듯이.
이틀 후. 시간은 오후 세 시였다.
복희는 아침부터 어지럽다는 기분이 들었다. 몸이 나른하고, 머리가 무겁고, 목이 특히 타는 느낌이었다. 잠이 부족했나? 아니면 환절기라서 그런가. 그녀는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내 시원한 물을 마셨다. 이상하게 갈증이 가시질 않았다. 몇 모금 더 마셨다. 그러자 속에서부터, 아주 깊은 곳에서부터 온기가 올라오는 것만 같았다.
그녀는 다가오는 주말 방송에 쓸 영상 콘텐츠를 구상해야 했다. 하지만 머릿속이 원활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침대에 드러누운 그녀는 자신의 몸이 조금씩 무거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발은 차가운데, 가슴과 배 쪽에서는 열이 올라왔다. 어렴풋이, 그녀는 이런 감각을 알고 있었다. 아니, 몰랐다. 이런 몸은 처음이었다. 뭔가 잘못되었다는 감각만이 선명했다.
"이모, 물 좀 마실래요?"
조카의 목소리가 문 밖에서 들렸다. 복희는 억지로 일어나 문을 열었다. 그가 물컵을 들고 서 있었다. 맑은 물이 컵 안에서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어? 고마워."
그녀는 그 물을 받아 한 모금 마셨다. 시원했다. 이상하게, 그 물마저 몸속에서 열로 변했다. 복희는 컵을 내려다보았다. 물은 그저 물이었다. 이상한 곳은 없었다. 자신의 몸이 이상해진 것이다.
"이모, 얼굴이 빨개요."
"응? 그래?"
"쉬는 게 좋겠어요. 오늘 방송, 쉬는 게."
조카의 목소리가 무척 다정했다. 그것은 평소와 다른, 마치 어른이 아이를 달래는 듯한 말투였다. 복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그녀는 더 이상 카메라 앞에 앉아 있을 자신이 없었다.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신체 깊은 곳에서 온기가 계속 퍼져 올라왔다.
"그래. 오늘 휴방할게. 좀 쉬어야겠다."
조카는 그 말을 듣고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순수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녀의 컵이 비워진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돌아서서 자기 방으로 걸어갔다.
복희는 문을 닫고 침대에 다시 누웠다. 숨이 조금 가쁘다. 시트가 몸에 달라붙는 느낌이 낯설다. 그렇게 그녀가 발정한 암컷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녀는 그것을 알지 못했다. 단지 몸이 이상하다고, 오늘은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녀는 이내 잠에 빠져들었다. 창밖 햇살이 커튼 사이로 길게 들어오고 있었다. 집안은 고요했다. 방송은 쉬고 있었고, 불이 켜진 방 안에서는 소년이 그녀의 영상을 다시 재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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